.fromOuterspace at 2014. 7. 13. 00:51

영하로 떨어진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Tumblr로 그간 마구잡이로 수집해 놓았던 자료들을 정리 하다가 위의 사진을 보고, 왠지 또다시 감동해 버렸다. 일요일 아침부터 이야기하긴 좀 무거운 주제인 것 같지만;; 히히. 바로, 1977년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2호가 1989년, 12년간의 기나긴 태양계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이제 마지막으로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자기를 태어나게 해준 엄마별 지구를 해왕성 궤도부근에서 바라보고는, 카메라를 돌려서 찍은 사진, '창백한 점 Pale blue dot', 이 사진을 보고 하늘에 계신, 칼 세이건 선생님께선 이런 글을 쓰셨다고 하니, 새삼 Contact 엔딩의 그 어두워진 총총히 밝혀진 별빛의 For Carl이라는 가슴 뭉클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저 점을 보세요. 저기가 바로 여기. 저기가 우리들의 집이에요. 저 점 위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모두들, 우리가 아는 모두, 네가 들어본 적도 없는 모든 사람들과, 존재했었던 모든 인류가, 바로 저 점위에서 삶을 살아왔던 것이죠. 우리 종, 인류의 역사상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 수천가지 독단적인 종교들과, 이데올로기들, 경제주의, 모든 사냥꾼들과 약탈자들, 모든 영웅과 겁쟁이들, 모든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들과 백성들, 모든 사랑에 빠진 어린 연인들과,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희망에 찬 아이, 발명가와 모험가, 모든 양심가들과 타락한 정치가들, 모든 "슈퍼스타"와 모든 "최고의 지도자들", 모든 성자와 죄인들이 태양빛의 끝자락의 티끌만한 점에서 살아왔던 것이죠.

지구는 광대한 우주에서 정말 아주 작은 장소에요. 전쟁광들, 정복자들에 의해서 피로 가득 채워진 피의 강을 떠올려 보세요, 영광과 승리, 그들은 작은 점위에서 아주 찰나의 시간에 승리자였을 뿐이죠. 이 거의 분간하기도 힘든 작은 점위에서 한쪽 편과 또 다른 쪽을 나누어 놓은 인간들에 의해서 행해지는 끝이 없는 잔혹한 다툼을 생각해봐요. 얼마나 많은 오해들을 하며, 열심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하고, 얼마나 극심히 서로를 증오했던지.

우리의 태도, 우리가 중요한 종이라고 스스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 우주에서 우리가 특별히 선택된 존재들이라고 여기던 망상들은, 이 창백한 푸른 점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렸어요. 우리 별은 팽창하고 있는 광대한 우주의 어둠 속에서 외로운 티끌 정도 일 뿐이에요. 이 광대한 어둠속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지켜줄 수 있는 도움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죠.
여태 알려진 사실만으로는,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에요. 적어도 가까운 미래까지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살수 있는 곳은 지구 말고는 아무 곳에도 없죠. 잠시 방문? 가능할 지 몰라요. 하지만 아직까진 정착하고 살수는 없죠. 좋던 싫던 지금 당장은 지구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곳이에요.

지금까지 천문학은 겸손하며, 인격을 형성을 해주는 경험의 학문이라고 말해왔었어요. 어쩌면 어리석은 인간들의 자만에 대한 표현으로서, 우리의 자그마한 세계를 멀리서 찍은 이 사진보다 더 나은 건 없을 것입니다. 나에게 있어서,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친절히 대하고,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들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이 창백한 점을 보전하고 소중히 보호해 나가야 한다고 상기시켜주고 있어요.

– Carl Sagan, Pale Blue Dot, 1994

http://www.tostepharmd.net/hissoc/favoritefigures/carlsagan_paledo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