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 at 2004. 10. 28. 03:33

해가 지기 전에 (Before Sunset, 2004)

6시쯤 수업을 마친후, 바로 올라탄 일호선 인천행 지하철
7시 무렵, 종각역의 시네코아 는 도대체 극장가서 영화를 본지가

언제인지(상투적 표현이지만), 기분좋은 두근거림.

매표소로 가서 예매해둔 한장의 표를 찾아서

8층의 상영관으로 들어가니 관객이 한 40명 정도 되는듯 보이는데,

여자친구랑 온듯한 남자 3명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들 여자관객들,

아마도 남자 혼자 보러 온 사람은 나 혼자였으리라...-_-;;

그러게 생각해보면 누가 다른 영화도 아닌 이런 영화를 남자 혼자 보러 오겠냔 말이다... 라곤 쓰지만

그것은 훼??

사실은 이 영화, 겉으로 보기엔 분위기 멋진 포스터나,

9년만에 '파리'에서다시 만난 남과여 등등을 보고

커플끼리 보면 딱 좋을 영화일거라고 속아 넘어가기 (;) 쉽상이지만,

내가 보기엔 도리어 혼자 보거나친구끼리...

아니다. 혼자보면서 이것저것 생각에 빠지기 딱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뭐 예를 들면 자신에게도 있었던 옛비슷한 추억들을 생각하며

나도 제시,셀린 처럼 저렇게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하고

혼자서 사색에 잠기며 미소짓는......

.....;; 아아...농담농담;

실은 물론 커플끼리 보는것도 나름대로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서로 영화에 공감을 못하게 된다면,아마도 혼자보다도 더쓸쓸한 기분이 들것민 같았다.

어쨌든 굉장히 널럴한 극장 분위기에기분이 좋았는데,

내용이야말할 것도 없는 비포 선라이즈의 후속

23살때 비엔나에서 우연히 만난 꿈많던 제시(에단호크)와 셀린(줄리델피)이 9년후,

32살의 아저씨,아줌마 (...라고 쓰면 나도 이제 몇년 안남았잖아;) 가 되어 다시 만난 이야기

특별히 스토리랄것도, 배우랄것도, 배경음악이랄 것도 없이

제시와 셀린 단 둘이서 비행기 떠나기 전1시간 20분 동안 해질 무렵의 파리를 거닐며

쉴새없이 떠들어 대는 대화가 영화의 전부,

...인지라 비포 선라이즈를 안보고 본 사람들이나, 봤더래도 굉장히 많은 사람이 실망한듯

혹평들을 써내고 있는 것 같은데...

뭐 글쎄 그런 사람들의 실망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바로 이영화는 'Before Sunrise'의 9년후라는 거다.

Before Sunrise의 후속에서 도대체 무얼 기대한 것인가?

9년만에 만나서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 23살, Before Sunrise에서 처럼

어디멋드러진 유럽의 어느 도시를 배경으로 또한번 아름답고 로맨틱한 사랑을 나누는 것?

난 단지 제시와 셀린이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어서 그동안 서로 어떻게 변했는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았고,

그 둘이 쉴새없이 지껄여 대는 대화를 엿보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웠고,

제시의 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가 올수록 '아휴, 얘네 대체 어떻게 헤어질려구 그러나..'하고

영화속의 둘처럼 영화밖의 관객인 나까지 굉장히 초조해 하며

시간이 가며 영화가 끝나가는게 아쉬운 기분이 들 정도였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해질 무렵의 파리의 거리,센강의 유람선

공원의 나무들 사이로 스며든 빛이나이든 제시와 셀린의 얼굴을 부드럽게 아우르는

파리의 풍광이 정말 따스했고,

거기에 더해 내가 보기엔최고의 엔딩,더할 나위없이 멋진 결말에굉장히 기분좋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 하지 않는듯,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많은, 아마도 거의대부분의 관객들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들 ...마치 4월이야기 때(그땐 훨씬 더 심했지만-_-;)와 흡사한 반응들이었다...

'아니 뭐 이런게'..라는 식의...표정들이었는데,

하지만 왜, 애초에 영화 시작할 때 서점에서 제시가 말하지 않는가?

당신은 냉소적인가 낭만적인가

영화를어떻게 보느냐에따라단지 둘의 대화는 쓸데없는 잡담, 갑작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결말의 껍데기뿐으로서 느낄수도 있을것이고,

똑같은 그 둘의 대화속에서,무어라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달콤 쌉싸름한 감정,

해가 질 무렵의햇살로 삶을따스히 비추는 인생의 맛을 즐기면서 즐겁게 이 영화를 볼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보는 사람의 자유

세줄요약

1. 난 굉장히 즐겁게 봤다.

2. Before Sunrise 안본사람은 절대 보지 말것

3. 대부분의 사람들은 굉장히 실망한 듯 (아마도-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