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 at 2005. 9. 26. 02:49
Vanilla Sky, 2001


이번 주말에 MBC를 통해서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재감상, 엔딩을 보고 나니 새벽 2시 반 가량이 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그 여운에 잠 못드는 새벽.
정작 개봉당시에는 그저 탐크루즈 출연하는 그냥 그런 영화라 생각하고, 거의 관심 조차 없었는데, 후에 우연히 알레한드로 감독의 '눈을떠'를 보았고, 그 여파로 리메이크작이라는 바닐라스카이 까지 보았을때, 다보고 난 후의 그 감정이란...(그때도 역시 새벽 2시 무렵이었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새벽까지 잠못이루는 정도가 아니라, 한동안 멍하니 CDP에는 바닐라스카이의 OST를 넣은채 Sigur Ros의 Svefn-G-Englar를 무한 반복해서 들으며,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지냈을 정도로 여운이 깊게 남았었다.
아마도 그때는 나에겐 굉장히 힘든 시기였고, '결국 내 주위엔 아무 것도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 마침 영화를 봤던터라, 탐이 사고를 당한 후의 그가 느끼던 절망, 좌절, 슬픔, 외로움, 감정들이 나에겐 절실히 와닿았었고, 그로 인해 더욱 절실하게 영화를 보고 푹 빠질수 있었으리라. (비록 나는 탐처럼 잘생기지도 않았고, 부자도 아니었고, 그만큼 매력있는 사람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여러가지로 찾아 본 결과, 여러 '잘나신' 평론가들이나 그밖에 많은 사람들이 '수준높은' 스페인 출신의 원작을 (항상 얘기하는 대규모 자본에 스타파워, 스타들의 얼굴로 때운다는 식의) 할리웃식으로 망친 좋은 예... 정도로 바닐라 스카이를 평가하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휴. 글쎄 도리어 그런 식의 평가가 도리어 너무, 너무너무 진부한 것 아닌지, 대충 보자면 불과 나온지 몇년 되지도 않은 오리지널을 그대로 따라한 리메이크 라던지, 항상 나오는 '원작과 비교하여....어쩌구' 라는 평가가 많았다.
아마도 영화를 영화로 안보고, 수학공식에다 맞추어 놓은 채, 하나하나 힘들게 분리해서 '분석'해내려 애쓰는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일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지만 (사실, 이해가 안가지만서도), 그냥 영화는, 영화는 단지 그 자체로 느끼고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충분한 것을... 리메이크가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 되었다고는 생각치 않기에 오픈유어아이즈와 바닐라스카이는 대사나, 여러가지로 정말 똑같은 작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심지어는 여배우까지 포함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많이 닮은 두 작품이 나에게 주는 감정의 크기와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나에겐 두작품 모두 너무나 좋았는데, Abre Los Ojos가 원작으로서 가지는 가치에 더하여 수수한 빛깔의 어두운 화면과 암울한 분위기도 매우 좋았고 끝날 무렵의 옥상에서의 그 눈부시던 하늘도 그 자체로 맘에 들었고, 또한 그에 비교해 바닐라스카이의 보다 밝고 세련된 컬러의 화면과 좀더 따스한 분위기에 더해, 역시 엔딩 무렵의 그 환상적인 (너무나도 환상적인) 하늘과 작품의 시작부터 엔딩까지 내내 영화를 아우르는 음악에, 역시 바닐라 스카이 또한 좋았었는데, 다만 나는 이미 '싸구려'할리웃의 감성에 길들여질데로 길들여버린 탓인지 (하?), 영화 자체가 보여주는 화면과 배우, 그리고 그 모두를 감싸주고 있는 감동적인 음악들이 내 마음속에 남겨 주는 이미지. 들의 너무나도 멋진 조화로써 바닐라스카이 쪽의 감동이 훨씬 더 컸던 것만 같다.



(사실은 주절주절 쓰긴 했지만, 최고의 마지막 장면,
옥상에서의 그 몽롱하고 비현실적이고 너무나도 환상적인 'Monet-Like Vanilla Sky', 하늘...
탐과 페넬로페의 재회, "우리를 봐, 나는 냉동인간이 되었고, 넌 죽었어....그리고 널 사랑해"
"그게 문제네"......
"내가 차에 타는 순간, 난 널 잃었지... 미안해.. 전에 했던말 기억해? 매순간 인생을 바꿀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다는 말"
"널 다시 만날꺼야"
"다음 세상에 고양이로 다시 만나자"
...그리곤 페넬로페의 윙크
그 때 흘러나오던 Sigur Ros의 Svefn-G-Englar의 완벽한 조화, 다른 모든 걸 떠나서, 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분히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롤링스톤지의 편집장이기도 했다는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바닐라 스카이'를 통해 관객들이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그 말이 바로 이 영화를 보려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어떠한 영감. 포스터에 나와 있던 그대로
LoveHateDreamsLifeWorksPlayFriendshipSex
SF적인 설정(가상현실)등의 '껍데기'에 휘둘리면..'뻔한헐리웃어쩌구하는말'이 나오는 것이고, '영화'를 본다면 아마도 여러가지 생각으로, 자신의 인생과 마음에 대하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
"Relax, David.
Open your eyes"

*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많은 대사들과 음악들

소피아: 매순간 인생을 바꿀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나중에 얘기해줄께. 다음생에 우리가 고양이로 태어나면...
줄리 지아니: 너에게 행복이 뭐지?, 데이빗..
브라이언 쉘비: 쓴 맛을 느끼지 못하면 절대 단 맛도 알 수 없지...
레베카: 이것은 마음의 혁명이에요.

Sofia: Every passing minute is another chance to turn it all around.
Rebecca Dearborn: This is a revolution of the mind.
Edmund: Even the future, the sweet is never as sweet without the sour.
Julie: What's happiness to you David?

*OST

1. All The Right Friends - R.E.M.

페라리를 몰고 달려가는 장면에서..페라리의 엔진소리가 들리는듯

2.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 Radiohead

영화시작부분, 데이빗이 처음 잠에서 깨었을때 "Abre Los Ojos"

3. Vanilla Sky - Paul McCartney

4. Solsbury Hill - Peter Gabriel

데이빗과 소피아가 소피아의 집에서 서로 그림을 그려줄 때..

5. I Fall Apart - Julianna Gianni

줄리가 데이빗을 차에 태우고 폭주를 시작할 무렵에..I fall Apart..

6. Porpoise Song - The Monkees

7. Mondo '77 - Looper

사고를 당한 뒤, 클럽에서 소피아와 만날때

8. Have You Forgotten - Red House Painters

9. Directions - Josh Rouse

10. Afrika Shox - Leftfield

클럽에서 외면 당하고, 데낄라에 취한채

11. Svefn-G-Englar - Sigur Ros

엔딩의 그 바닐라 빛 하늘 아래서, 소피아와의 재회

12. Last Goodbye - Jeff Buckley

13. Can We Still Be Friends - Todd Rundgren
14. Fourth Time Around - Bob Dylan

15. Elevator Beat - Nancy Wilson

마지막무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사실을 듣게 되는...

16. Sweetness Follows - R.E.M.

소피아와 브라이언이 가버린뒤 술취한채 거리를 헤매면서

17. Where Do I Begin - The Chemical Bros.

엔딩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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